영화 속 그 요리 _ 카모메 식당 시나몬 롤

누구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 속의 냄새가 있지 않나요?

 

매일 엎드려 그림 그리던 내게 친구처럼 익숙했던 크레파스 냄새,

지금도 맘만 먹으면 한 통 사서 맡아 볼 수 있는 냄새도 있지만

할머니가 연탄불에 구워 주시던 짭쪼름 달콤했던 뱅어포의 맛과 향기는 

영원히 추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향기 또는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 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 (Proust effet)라고 하는데 

코는 다른 감각 기관과 달리 시상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 대뇌에 전달되지 않고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에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네요.

그래서 냄새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무의식에 작용하는가 봅니다.

 

계피와 설탕, 버터 또한

나에게 추억 여행이 가능한 열쇄가 되는 냄새입니다.

놀러 갔던 친구 순영이집에서 엄마가 구워 주신 호떡의 

계피와 달콤한 설탕 냄새. 고소하게 씹히던 땅콩.

어린 시절 일을 하셨던 엄마는 학교 갔다 오면 집에 안 계셨는데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나는 슈퍼에서 ‘보름달’이나 ‘샤니케익’을 사 먹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반갑게 맞아 주시고 간식 등을 챙겨 주는 엄마 있는 그 친구가 그렇게 부러웠어요

지금 생각하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 먹는 호떡과는 달리 

조금 딱딱했던 그 호떡이 그리 맛나고 좋더군요. 

저한테 계피와 설탕 조합은 ‘좋은 엄마’라는 감정과 기억이 무의식으로 작용하는 키워드입니다.

카모메 식당에서 시나몬 롤을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계속 순영이 엄마가 정성껏 해주시던 호떡이 생각났어요.

저한테 계피 향은 시나몬롤 보다는 호떡이 있는 추억이지만 

오늘은 호떡의 재료를 가지고 시나몬 향이 가득하고 달달한 예쁘게 모양낸 시나몬 롤을 구워 보려 합니다.

 

 

 

반죽재료

강력분 310g,

따뜻한 우유 190g,

계란 1/2개,

버터 30g,

이스트 4g

분유 8g

소금 3g

설탕 20g

 

버터 2T

계란물:노른자 반개

 

 

충전물

시나몬 파우더 2t

황설탕 1/2컵

호두 분태 1/2컵

 

 

 

따뜻하게 데운 달걀과 우유를 제빵기 통에 넣고 

밀가루와 이스트 분유, 소금, 설탕 등을섞어 반죽을 만들어요.

이스트는 소금 설탕 등에 재료와 섞이지 않게 가운데 구멍을 만들어 숨겨 주는 것 잊지 마시고요.

 

 

1차 발효가 잘되었네요.

 

덧 밀가루를 바르고 0.2센티 두께로 고르게 밀어준 뒤 녹인 버터를 발라 주어요.

 

 

충전물 재료를 섞어 반죽 위에 뿌려 주고

 

돌돌 말아 끝 부분은 잘 꼬집어 줍니다.

 

 

사다리꼴 모양으로 잘라준 뒤

사다리꼴의 좁은 면이 위를 향하게 하고 가운데를 젓가락이나 손가락으로 꾹 눌러 줍니다

 

 

달걀 물을 발라주고

180도 오븐에 20분 정도 구워 주어요.

 

 

 

설탕을 최소로 해서 많이 달지 않은 레시피예요.

버터 크림치즈 글레이즈를 만들어 뿌려 먹어도 좋지만, 연유를 뿌려 먹어도 간단하고 좋아요.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연유 끝 맛이 커피에 돌아 더 고소합니다.

 

 

꼭 아메리카노와 함께 드셔 보시길….

 

 

 

영화소개 

-스포있어요-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Diner, 2006

 

 

하와이언 레시피에 이어 일본 음식 영화를 소개하게 되었네요.

사실 일본 음식 영화를 꼭 좋아해서 라기 보다는 

비베트의 만찬에 나오는 메추라기 파이나 푸아그라, 케비어, 자라 요리 같이 

고급지고 가격이 사악한 영화음식은 손질조차 흉내 낼 수 없고 

제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에서의 포스팅을 하려다 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영화이다 보니 포스팅이라도 성의있게 해보려 해요.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남동생이 추천을 해줘서 본 영화인데 

이 영화는 장르 영화 특성상 취향을 많이 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라고 말하기엔 특별한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평온함은 넘은 지루함의 경계에서 지쳐있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영화를 볼 때 감동이든. 재미든, 눈요기든 꼭 무언가를 얻어가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면

 영화 안에서의 잔잔한 묘사와 일본식 가정요리를 보는 맛이 있습니다.

 음식이나,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일단 후한 점수를 주고 보는 순전히 개인적이 취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요.

 

 

뚱뚱한 고양이를 좋아했던 사치에는 핀란드의 살찐 갈매기를 좋아합니다.

핀란드에 작은 식당을 열면서 이름도 갈매기를 뜻하는 카모메 식당을 오픈해요.

 

 엄마가 해주는 소박한 일본의 가정식을 하는 식당인데 손님이 하나도 없네요.

 

동네 아주머니 삼총사는 매일 지나면서 들여다볼 뿐 들어와 보지는 않습니다.

 

 

 

여기도 하와이언 레시피에서와 같이 첫 손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전취식을 허락받는 청년 토미가 나옵니다.

 

일본 문화 마니아인 토미가 갯차맨(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곡을 물어보는데 

사치에는 서점에서 겟차맨의 주제곡을 다 알고 있던 미도리를 만나게 됩니다.

지도에서 눈감고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이곳에 왔다는 미도리와 사치에는 그 인연으로 같이 생활하게 돼요.

 

미도리가 처음 사치에의 집에 온 날 사치에가 차려준 밥상.

미도리는 이 밥상을 받고 눈물을 터뜨리는 데요, 

해외에서 누군가에게 받는 집밥, 

겟차맨의 주제곡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나쁜 사람일리 없어서 집에 들였다는 사치에의 따뜻한 말, 

눈물이 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을 알려 주는 마틴.

커피 루왁 ~!

 

 

 

왠지 따라 해보고 싶네요.

 

영화에 나오는 시나몬 롤 만드는 장면입니다.

 

 

 

 

맛나뵈요. 그만해요. 침나와요.

 

 

밖에서 구경만 하던 아주머니 삼총사도 시나몬 향기에 이끌려 처음으로 가게 문으로 들어섭니다.

 

아주머니들 포스가 ㄷㄷㄷㄷ. 말하지 않아도 알겠군요. 상처 많은 영혼들.

 

서로의 언어를 모르는데 위로하고 위안받고, 신기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갈매기 소리, 바다 내음, 햇살의 느낌들이 스크린 밖으로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북유럽에 가보진 못했지만, 햇살의 질감이 북유럽답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우리나라 겨울의 한낮에 길지 않은 시간 잠깐 따뜻하게 비추고 사라지는 태양 빛의 느낌이 나요.

머리 위에서 화창하고 쨍쨍하게 비추는 뜨거운 태양 빛이 아니라 

사선으로 들어와 따뜻하고 눈이 부신 빛의 질감 같은 것이요.

북유럽의 짧은 여름을 즐기며 오늘만은 한껏 차려입은 여유로운 모습들입니다.

긴장해 있거나, 의기소침하거나 우울해 자신을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모처럼 화사한 옷을 입고 여유롭게 햇살을 받는 모습을 보니 제 기분도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일본의 소울푸드라는 오니기리.

예전에 자신의 것이었던 커피기계를 훔치러 들어 왔다가 들킨 마틴 때문에 

모두 무거워진 분위기에서 사치에는 오니기리를 만들어 주며 나누어 먹습니다.

화려하거나 이곳 사람들에 입맛에 맞춘 퓨전식이 아닌, 

엄마의 정성과 손맛을 만들겠다는 사치에의 신념에 따라 욕심 없고 소박한 맛의 주먹밥은 

어떤 따뜻한 말보다 조용히 사람들을 위로합니다.

 

사치에에게 있어 오니기리는 소풍과 운동회 때에 아버지 만들어 주시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입니다.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사람들을 불러 엄청나게 맛난 음식을 먹일 거라는 사치에.

음식을 먹는다는 것.

음식을 누군가를 위해 만든다는 것

그것은 생에 대한 사랑이자 누군가를 향한 사랑일 것입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해주던 소박 음식들이 사랑의 마음이며 

사랑의 맛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화려한 음식 레시피에만 눈길이 더 갔던 나님은 좀 반성.

 

 

 

단정한 사치에의 부엌입니다.

사치에로 분한 여배우는 새침하게 생겨서 똑 떨어지게도 보였지만,

음식을 만들 때 잰 동작으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음식을 만들어내는 연기도 좋았어요.

 

음식 만들며 주방을 엉망으로 만드는 나님 또 반성

 

이 영화가 이렇게 교훈적인 영화였었나..

 

 

 

 

음식을 만드는 모습도 고우셔요.

 

우왓. 이건 심야식당에도 등장하는 계란말이팬.

내가 계란을 잘 못 마는 이유는 순전히 팬 때문이라며.

 

 

 

원적외선 생선 구이 팬입니다.

우리나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팔던데요.

이것도 나의 ‘쇼핑’ 폴더에 살포시 넣어 봅니다.

 

 

 

 

 

 

 

어느새 만원이 된 가게.

자신의 음식을 맛나게 먹어주는 손님들은 흐뭇하게 바라보는 사치에입니다.

영화에 몇몇 환상적인 장면 들이 나오는 데요 늘 홀로 수영하던 사치에가 박수를 받는 장면이 나와요.

스스로에 대한 쓰담쓰담이건 아니건 사치에는 박수 받아 마땅합니다.

잘했어요. 사치에.

 

 

먹어줄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복

누군가가 정성껏 만든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행복

나눌 수 있는 음식이 있고 함께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시나몬 향 가득한 달달한 빵 한 조각에 행복해지는 오후입니다.

 

너님 나 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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